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는데 왜 내 장바구니가 비어가나 – 비료 위기의 연결고리를 뒤늦게 이해한 평범한 직장인의 기록

호르무즈 해협

솔직히 말하면 저는 국제 정세에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 켜면 이란이니 호르무즈니 나오는데, 처음엔 그냥 "또 중동이 시끄럽네" 하고 채널 돌리던 사람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된 건 뉴스를 봐서가 아니라, 마트에서 였습니다.

3월 어느 주말이었어요. 평소처럼 장을 보러 갔는데 삼겹살 한 팩 가격이 뭔가 이상한 거예요. 분명히 지난달에 샀던 것보다 확실히 올라 있었어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 다음 주에 또 올랐어요. 파값, 양파값, 계란값까지. 장바구니에 평소랑 똑같이 담았는데 계산대에서 숫자가 뜨는 순간 "어, 이게 맞아?" 소리가 나왔습니다. 같이 간 가족도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게 비료랑 연결되어 있다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 오른다는 건 알았는데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는 건 상식처럼 알고 있었어요. 트럭이 움직이려면 기름이 필요하고, 공장이 돌아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근데 거기서 더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천연가스가 비료의 핵심 원료라는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구체적으로는 이래요.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황이 나오는데, 이 황이 인산 비료를 만드는 데 들어갑니다. 그리고 요소 비료를 만들 때는 천연가스로 만든 암모니아가 핵심 원료로 쓰이고요. 즉 천연가스가 없으면 비료를 못 만들고,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고, 농사를 못 지으면 식탁이 비어가는 구조인 겁니다.

그런데 그 천연가스의 핵심 생산지가 이란, 카타르, 사우디 같은 걸프 지역이고, 그걸 실어나르는 바닷길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에요. 전 세계 해상 비료 거래량의 33%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목줄 하나가 막히면 전 세계 비료 공급망이 흔들립니다.

그걸 알고 나서 마트 삼겹살 가격이 다시 보였습니다. 아, 이게 그냥 유통 마진이 올라서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주말농장 하시는 지인분 생각이 났어요

그 즈음에 지인분 한 분이 전화로 하소연을 하셨어요. 동네 외곽에서 작은 주말농장을 몇 년째 운영하시는 분인데, 목소리에 힘이 없으셨습니다.

"비료 한 포대 사러 갔더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더라. 작년이랑 비교가 안 돼. 그냥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 싶어서 올해는 아예 손 놓을까 생각 중이야."

저는 그때 그냥 "요즘 다 비싸지요 뭐" 하고 넘겼거든요. 근데 나중에 뉴스 보면서 그 말이 다시 떠올랐어요. 그분이 체감하신 그 가격 폭등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도미노의 끝자락이었던 거잖아요. 미국 중서부 팜벨트 농민들이 파종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는 뉴스 보면서, 규모만 다를 뿐 동네 텃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

뉴스에서 본 요소 비료 가격이 전쟁 전 톤당 470달러에서 585달러까지 뛰었다고 했는데, 그게 결국 저 지인분 텃밭 비료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거였던 거죠.

요소수 사태 때 그 불안감이 다시 왔어요

뉴스에서 "중국이 비료를 희토류처럼 자원 무기로 쓸 수 있다"는 블룸버그 분석이 나왔을 때, 저는 2021년 요소수 대란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때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거예요. 갑자기 요소수가 없어서 디젤 차량들이 멈춰설 판이 됐고, 주유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던 그 난리. 알고 보니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게 문제였죠. 그때 우리나라 전체가 얼마나 허둥댔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인산 비료의 44%, 질소 비료의 30%, 황 비료의 23%를 생산하고 있어요. 동남아시아나 브라질에서는 이미 중국산 질소 비료가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고요. 중동 공급이 흔들리면 중국이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비료 시장의 지렛대가 자연스럽게 중국 손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에너지 의존에 이어 식량 안보의 의존까지. 그 의존의 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요소수 사태를 겪은 한국 사람이라면 몸으로 알고 있잖아요.

트럼프가 일으킨 전쟁이 트럼프 지지자들 밥그릇을 건드렸다는 아이러니

이번 사태에서 제가 제일 어이없었던 대목이 이거예요.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는데, 그 여파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게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팜벨트 농민들이라는 거잖아요. 아이오와, 인디애나, 남부 농업 지대. 대선 때마다 공화당 표밭인 그 동네 농민들이 봄 파종을 앞두고 비료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뭔가 블랙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최대 농민 단체인 미국 농민연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서한까지 보냈다고 해요. 비료 선박을 해군이 호송해달라는 등 일곱 가지 요구 사항을 담아서요. 근데 미 해군은 작전상 위험이 너무 크다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자국 농민들이 SOS를 보내는데 자국 군대가 "못 해줘요"라고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안보를 명분으로 시작한 전쟁이 경제적 자해로 돌아오는 이 구조. 강한 미국을 외치며 시작한 전쟁이, 결국 자국 농민들의 파종을 막고 11월 중간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 지정학이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게 정말 교과서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게 우리 밥상이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비료값 오름 → 곡물 수확량 감소 또는 생산비 상승 → 사료값 상승 → 육류 가격 상승. 이 공식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어요. 실제로 3월 마트에서 제가 느낀 그 장바구니 충격이 바로 이 사슬의 끝자락이었던 거고요.

미국 생산자 물가 지수가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4% 급등했다는 수치가 나왔는데, 이게 이란 전쟁 이전 수치라는 게 더 무서운 거예요. 전쟁 이후 폭등한 유가가 반영될 다음 달 지표는 더 심각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도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피해 가기 어렵고, 그 여파는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옵니다.

지금 마트에서 채소 한 단 살 때마다, 고기 한 팩 카트에 담을 때마다, 이게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면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결국 이 사태가 저한테 남긴 것

전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말을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몸으로 이해한 건 이번이었습니다. 중동의 해협 하나가 막히면 그 충격이 비료 공장을 거쳐, 미국 중부의 밭을 건너, 브라질의 대두 농장을 흔들고, 결국 서울 어느 동네 마트의 가격표에 찍혀 나오는 과정. 이게 현실이에요.

강대국들이 지정학적 체스 게임을 벌이는 동안, 그 말들에 밟히는 건 결국 이름 없는 농민들이고 평범한 소비자들이라는 생각이 씁쓸하게 남습니다. 트럼프든 중국이든, 자원을 무기로 쓰는 게임의 최종 피해자는 항상 뉴스에 이름 한 번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그냥 주말에 마트 가서 삼겹살 사고 싶었을 뿐인데요.

본 글은 MBC 뉴스데스크 보도(2026.03.13, 2026.03.19) 및 개인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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